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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 번을 들어줘야 4200원, 먹고 살 수 있습니까?
등록일 2016-06-28 10:16

오프라인 음반의 시대가 저물고 온라인 음원 위주로 음반시장이 개편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음악의 ‘가치’는 점점 낮아졌다. CD가 주된 매체였던 시절, CD 앨범 1장은 1만원~1만5000원에 팔렸다.

음원 다운로드의 경우 문화관광체육부 규정에 따라 곡당 최소 700원에 팔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소비자들은 이런저런 음원 서비스의 묶음 상품을 도입해 실질적으로는 노래 1곡당 200원 정도의 돈을 내고 있다.

음원시장에서 점점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스트리밍의 경우 1회 재생당 가격은 7원이다. 음원 사이트에서 한 달 스트리밍 이용권은 보통 7000원, 통신사 할인이 들어가면 5000원에 팔린다.

점유율이 높은 한 음원 사이트는 정기 이용권을 결제하는 고객들에게 처음 2개월간은 한 달에 100원의 가격으로 무제한 스트리밍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음악가들 사이에서 음원 수입으로는 최소한의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면서 정부에서도 나름의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16일, 문광부는 ‘음원 전송사용료 개선방안’(올해 2월부터 적용)을 발표했다. 문광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개선안이 음원 다운로드의 경우 저작권자가 가져가는 몫을 60%에서 70%로 올리고, 전반적인 디지털 음원 가격을 높이는 등 창작자들의 권리 보호에 초점을 뒀다고 밝혔다.

뮤지션들은 음원 가격 소폭 인상은 실질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인디 뮤지션들의 조합인 자립음악생산조합의 황경하 운영위원은 “음악에 매겨진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은데, 곡당 가격을 1원도 안 되게 올린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음원 가격이 지금보다 2배 정도는 올라야 뮤지션들이 음원 수입으로 음악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음원 사이트는 크게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광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개선방안에 따르면 음원 스트리밍의 경우 1회 재생당 발생하는 매출액을 7원으로 보고, 이 가운데 저작권자(기획사, 작곡·작사·편곡자, 가수, 연주자 등)들에게 60%인 4.2원을 배분한다. 음원 다운로드의 경우 1곡당 700원 중 70%인 490원을 저작권자가 가져간다.

음반기획사 플럭서스뮤직의 관계자는 “음반 하나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여러 가지 원가를 합치면 보통 6000만원, 아껴서 만들어도 5000만원은 들어간다”며 “일부 대형 기획사가 아니라면 음원 수입만으로 원가를 충당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플럭서스뮤직에 소속된 대표적인 아티스트 클래지콰이를 예로 들어보자. 클래지콰이는 그룹 결성 10년째인 2014년 9월, 6집 앨범 ‘Blink’를 발표했다. 음원사이트 종합차트인 가온차트에 따르면, ‘Blink’ 앨범 수록곡들의 스트리밍 횟수를 모두 합치면 약 91만번이다. 다운로드 횟수는 9만6000여건이었다.

올해부터 적용된 문광부의 개선안을 기준으로 하면 ‘Blink’ 앨범의 음원 스트리밍 수입은 약 382만원, 다운로드 수입은 약 4700만원이다. 플럭서스뮤직 관계자는 “실제로는 할인상품을 통해 음원을 접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음원 수입은 추산한 것보다 적었다”고 말했다. CD 앨범을 따로 1000장, 2000장이라도 팔지 않으면 음원 수익만으로는 제작비를 맞추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정상급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라 할지라도, 음원과 음반을 팔아서 버는 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도 안 된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를 보면, YG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지난해 음원·음반 매출액이 약 504억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공연·광고·방송출연 등으로 YG가 벌어들인 돈은 약 1426억원으로, 음악 매출액의 약 2.8배였다. JYP엔터테인먼트도 음원·음반 매출은 약 117억원으로, 매니지먼트 관련 매출액 310억원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음악의 가치가 낮게 매겨지는 문제는 인디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에게 더 큰 문제로 돌아온다. 인디씬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들은 사실상 디지털 음원을 ‘명함’처럼 생각한다는 말도 나온다.

황경하 운영위원은 “디지털 음원은 홍보용으로 만드는 거지, 그걸로 돈을 벌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음원 수익이라고 해봤자 한 달에 1만원, 2만원밖에 안 되기 때문에 행사나 공연이 아니면 돈이 나올 곳이 없다”며 “슈퍼스타K에 나와 화제를 모았던 중식이 밴드도 한 달간 음원 수입으로 45만원을 벌었다고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황 운영위원은 애초 디지털 음원이 이동통신사의 서비스 제공의 측면으로 시작된 것과 현재의 저가 시장이 형성된 것이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1·2위를 다투는 음원 사이트가 사실은 SKT텔레콤과 KT의 음원 서비스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통신사가 음악산업의 차원에서 음원을 접근하는 게 아니라, 핸드폰 고객 유치를 하는 과정에서 서비스로 음원 이용권을 준 것이라 처음부터 가격이 너무 낮게 매겨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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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음원의 가격뿐만 아니라 지나친 할인율도 창작자들의 창작욕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기타리스트 신대철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바른음악협동조합의 신건웅 이사는 “음원 다운로드만 보자면 정가가 700원으로 오른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여러 가지 프로모션으로 인해 정가의 50%도 받지 못하고 할인되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제값도 받지 못하고 물건을 팔고 있는데, 유통을 거치면서 그마저도 제대로 된 몫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광부는 음원 사이트가 묶음 상품으로 다운로드 상품을 할 때에 최대 65%의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놨다. 1곡만 사서 받으면 창작자들에게 490원이 돌아가지만, 최대한으로 할인을 받았을 경우 곡당 171.5원만 받을 수 있다. 바른음악협동조합에서는 낮은 디지털 음원 가격, 지나친 할인폭으로 인한 창작자들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차원에서 새로운 음원 플랫폼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다만 신 이사는 “아직 투자유치 단계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해외 공정 음원 플랫폼의 사례로 꼽히는 곳으로 타이달(Tidal)과 밴드캠프(Bandcamp)가 있다. 타이달은 제이지(Jay-Z) 등 미국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출자한 음원 사이트로,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타이달은 유명 아티스트들의 곡을 독점적으로 선공개했고, 다른 음원 사이트에 비해서 아티스트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 음원시장에서 스포티파이가 약 3000만명, 애플 뮤직이 약 13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한 데 비해 타이달 이용자는 300만명 선에 그치고 있다.

2007년에 문을 연 밴드캠프는 뮤지션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 사이트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하지만 뮤지션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곳이다. 밴드캠프의 특징은 아티스트가 직접 곡의 제공 형태나 가격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중 형식을 선택할 수도 있고, 가격을 어떤 것은 1달러, 어떤 것은 2달러로 책정할 수도 있다. 곡 단위로는 음원을 팔지 않고 무조건 앨범 단위로만 판매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공정 음원 플랫폼을 현실적으로 운영하는 예로는 플럭서스뮤직의 자회사인 바이닐의 음원 서비스를 들 수 있다. 2011년 플럭서스뮤직은 ‘오케스트라’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원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4년에는 자회사인 바이닐을 세웠다. 2015년 1월부터 바이닐을 통한 음원 서비스가 시작했다. 바이닐은 사실상 아티스트에게 도움이 크게 되지 않는 스트리밍을 빼고 다운로드 서비스만 집중하고 있다. 바이닐은 아티스트에게 72%의 수익을 분배한다. 매출액이 4000달러를 넘을 경우 아티스트가 받는 비율은 79%로 올라간다. 바이닐 측은 “우리는 묶음 상품을 통한 50% 할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아티스트가 받는 수익은 기존 음원 사이트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닐 측은 앨범 단위 다운로드 시장의 경우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박준성 바이닐 이사는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곡 하나가 최소 단위지만, 대개의 뮤지션들은 앨범을 최소 단위로 생각하고 만든다”며 “앨범 단위 다운로드가 일반화되면 이용자들도 창작자들이 생각하는 기승전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측면에서도 앨범 단위 다운로드 시장은 한국에서 미개척지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자료에 따르면, 매해 음원 매출에서 다운로드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앨범 단위 다운로드 비중만 보자면 매년 24~26% 선을 유지하고 있다. 박 이사는 “한국은 기존 음원 사이트에서 묶음 상품으로 노래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앨범 단위 다운로드의 비중이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정 음원 플랫폼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은 ‘가격경쟁력’이다. 삼성전자에 인수될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타이달의 경우 결국 가격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이달과 경쟁업체인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모두 월정액 요금은 9.9달러로 동일하다. 그러나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은 저가 상품을 추가로 내놓은 반면, 타이달은 약 2배의 값을 주고 고급 품질의 음원을 들을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발표했다. 하지만 대중들은 타이달을 선택하지 않았다.

바이닐도 기존의 음원 사이트에 비해서는 가격이 비싸다. 바이닐에서 1곡을 다운로드 받으려면 보통 0.99 달러가 필요하다. 1개의 앨범 전체를 받을 경우에는 6.99달러에서 9.99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바이닐은 모바일 기기로 구입하는 앨범에서도 실물의 CD 앨범과 최대한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박 이사는 “아직 이용자 수는 10만명 수준이지만 해외 이용자 비중이 40%를 넘어설 정도로 미래 전망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모바일 기기에서도 CD 앨범 재킷의 느낌을 구현하거나, 앨범을 구입한 사람들은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등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결국 국내 음원시장을 공정하게 개편하려면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주는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황경하 자립음악생산조합 운영위원은 “애플뮤직 등 해외 음원 사이트가 국내에 진출하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뮤직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국내 음원 서비스보다 10% 높은 70%의 수익을 분배해 창작자에게 훨씬 유리하다. 기존 음원 사이트처럼 50% 이상의 할인상품도 없다”며 “외부의 충격으로 국내 유통사와 음원 서비스 업체들의 독과점을 깨는 것이 창작자들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6251956021&code=9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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