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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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라는 낱말 앞에는 흔히 ‘배고픈’이라는 수사가 붙곤 합니다. 이는 결코 화장기 어린 수사가 아닙니다. 세계 경제순위 15위권에 속하는 대한민국에서 예술가의 62.8%가 한 달 수입이 100만 원에 채 미치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나 심지어 극심한 생활고로 인해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작가의 안타까운 사연 등은 ‘배고픈 예술가’란 말이 단순한 관용어가 아님을 뒷받침해줍니다.

물론 ‘가난’은 비단 예술가들에게 뿐만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화두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워킹 푸어, 하우스 푸어, 실버 푸어, 에듀 푸어, 렌트 푸어… 이렇듯 ‘가난(poor)'은 온갖 단어들과 합성되어 이제 아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담론이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은 그동안 비약적인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룩해 이제 세계 경제순위 15위에 이르게 될 만큼 번영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은 도처에서 ’가난‘이라는 문제와 다투느라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한 공동체의 전체적인 부(富)의 파이가 커졌는데도, 그 공동체 내의 구성원들은 여전히 ’가난‘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원인을 꼽으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직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사실은 아마도 ‘커진 파이가 불균형하게 쪼개져 분배되었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 불공정이나 불평등처럼 다소 결기가 묻어있는 낱말 대신 굳이 ‘불균형’이라는 표현을 고른 까닭은, 어떤 윤리를 논하기보다 ‘생태계의 순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생태계의 순환에 있어 균형이란 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합니다. 이는 우리 몸도,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도, 그리고 경제나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이란 각자의 조직들이 기관을 이루고 균형을 맞춰 조화롭게 작동할 때 유지되는 것이며, 균형이 깨져 조화로움이 작동하지 못하면 병이 옵니다. 이는 ‘불공정’이나 ‘불평등’과는 또 다른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가난(poor)’들을 일컬어 사회과학에서는 ‘신빈곤’이라 불린다고 합니다. 경제 번영에 수반된 표면적인 생활 수준의 향상과 평준화로 마치 소멸해가는 것처럼 보이는 빈곤이 실제로는 새로운 형태로서 상존하고 있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들은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고(워킹 푸어), 번듯한 집이 있어도 가난한(하우스 푸어) 사람들로서, 뭉뚱그려 요약하자면 소득수준과 주거ㆍ생계에 드는 비용이 불균형하기 때문에 빈곤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균형’이 음악 생태계에도 존재합니다.

물론 한국의 대중음악 산업 역시 도처에서 노력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지난 세월 동안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한 때 불법다운로드 시장에 잠식당해 ‘음악은 무료로 다운받는 것’이 당연시 되던 시기도 있었으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이제는 수백만 명의 유료 음원 소비자가 생겨났고 K-POP이 이른바 ‘한류’의 거대한 한 축으로 세계에 맹위를 떨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음악가들의 사정은 시장이 ‘불법다운로드’에 침몰되어있던 그 시기보다 딱히 나아진 게 없습니다. 대중음악계 또한 전체적인 파이가 커졌는데도 그 생태계 내의 구성원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경제순환모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거칠게 기술하자면, 어떤 재화에 대한 수요가 있어서 그 재화를 생산해 공급하면 소비가 이루어지고 그로인해 수익이 창출되며 그 수익으로 다시 재화를 생산하고 공급하고 소비되는 일련의 과정을 경제순환모형이라고 합니다. 헌데 여기서 ‘재화’에 ‘음악’을 넣어버리면 이 모형에 금이 가게 됩니다.

창작자나 제작자에 의해 생산된 음악 콘텐츠가 시장에서 소비되면 그로 인해 수익이 창출되고 그것으로 창작자와 제작자는 다음 창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재투자를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 순환구조에서 창작자의 ‘수익 창출’이라는 고리가 빠져있습니다. 소비되지 않은 음악 콘텐츠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다분히 ‘시장논리’의 영역에서 ‘선택을 받아 소비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음’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음악 콘텐츠로 인해 ‘수익이 창출 되어도 수익분배구조의 불균형으로 인해 음악 콘텐츠의 실 생산자에게는 수익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음악가는 창출된 수익으로 다음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재투자를 하기는커녕, 되레 이전 콘텐츠를 생산한 비용조차도 회수하지 못한 채, 음악을 더 생산하면 할수록 빚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불균형한 구조는 대중음악 ‘산업’의 성장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대중음악 ‘생태계’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주저앉고 있는 상황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음악 콘텐츠가 자본에 의해 특정 장르로만 혹은 상위 1%로만 편중되게 하기에 결과적으로 문화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이어져 이 땅의 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동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음악 산업’의 발전 및 성장과 더불어 ‘음악 생태계’ 내 구성원들의 ‘공존’과 ‘상생’ 역시 함께 챙길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협동조합’ 같은 모델입니다. 자본구성체가 아닌 생태계 내의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협동하여 만들어나가는 ‘인적구성체’인 협동조합이 ‘불균형’으로 인해 황폐화된 음악생태계에 균형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협동조합이 설립되자마자 당장 눈앞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음악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음악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모두 협동하여 변화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면 ‘음악 생태계’가 서서히 복원되어 이 땅의 문화에 보다 건전하고 발전적인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